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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1집 - 이날, 이때, 이즈음에...

성실한번역가 2008. 12. 19. 20:19

오늘 아침에 CD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감기를 무릅쓰고 편의점에 가서 받아 왔다. 음... 참 오래도 기다렸다. 1집 CD를 플레이어에 걸고 들어 보니, 뭐랄까, 상상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어라? 하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다. 가수가 나이가 들면 그의 음악도 같이 성장을 한다.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노래가 갖는 분위기나 느낌이 달라지기 마련인 것이다. 강산에 1집에 있던 '라구요'는 정말이지 소박하고 단촐한 노래였지만, 콘서트에서 이렇게 저렇게 편곡을 하다 보니, 지금 강산에가 부르는 '라구요'는 1집 앨범에 담겨 있는 '라구요'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풍부한 노래가 되었다. 강산에의 콘서트를 다니면서 '라구요'를 듣다 보면, 1집 앨범의 '라구요'는 어딘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패닉 1집의 '달팽이'도 단순한 피아노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지만 어느 콘서트에선가 경쾌한 재즈 풍의 편곡을 들려준 적이 있었고, '왼손잡이' 같은 곡도 엄청 파워풀한 편곡으로 선보인 적이 있었다.

 

정상적인 수순이라면 일단 정규 앨범으로 그 가수의 음악과 친숙해진 뒤에 여러가지 편곡으로 음악을 듣게 되는데, 이승열의 경우는 그 반대였던 것이다. '음악여행 라라라'만 닳도록 듣다가 2003년에 발매된 1집 앨범을 들으니 느낌이 다를 수 밖에. 그리고 나로서는 '...라라라' 쪽 연주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어쩌면 처음 들은 연주가 나도 모르게 기준 같은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연주가 더 깊이가 있다고 할까, 좀 더 몽환적이고 처연한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1집이 별로라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고. 아마 좀 더 들어 보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 한 번 들어봤을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승열의 라이브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27일에 콘서트 한다던데, 영 갈 형편은 못 되고, 앨범이나 한 장 내 주지. 2집도 들어봐야 하는데, 하루종일 감기약에 취해 골골거리느라 아직 못 들었다. 내일쯤 되면 좀 괜찮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