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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성실한번역가 2008. 12. 21. 11:53

가끔씩은 의도하지 않게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게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CD 사는데 배송료가 붙길래 배송료 아끼려고 가장 저렴한 책을 고른 것이었는데, 뜻밖에 무척 괜찮았다. 책 앞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씌어 있긴 하지만, 내가 볼 때는 5편의 단편이 연작 형식으로 엮여 있어서 장편 같지는 않다. 무척이나 낙천적인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그를 찾아 오는 5명의 환자에 관한 이야기. 환자들은 다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환자들은 병의 치유를 바라고 이라부를 찾아 오지만, 처방보다는 오히려 이라부의 독특한 낙천성으로부터 치유의 단서를 얻게 된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환자들의 모습이 참 무심하게도 묘사되어 있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보편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나 자신에게도 그런 모습이 하나쯤은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속으로 뜨끔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 라고 하는 묘한 안도감도 느끼게 한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사람 사는 모양새는 어디든 다 비슷비슷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뭐, 일본 사회와 우리 사회가 쌍둥이처럼 닮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설명을 보니, 방송작가에서부터 광고 카피라이터 등을 거쳐 작가가 되었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그 정서가 '안녕 프란체스카'를 쓴 신정구와 많이 비슷하다. 돌발적인 유머 코드도 그렇고. 아무튼 꽤 마음에 든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좀 더 봐 볼까 하는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