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생활
삼칠일 지나면서 약간은 익숙해진 건가. 인간의 적응력이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고 며칠 살다 보니 또 지낼 만하다. 하루하루가 다를 바 없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자라는 아이 때문에 평범한 일상에도 약간씩은 변화가 생긴다.
무엇보다도 내가 원래부터 단순한 삶을 살았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나 싶다. 친정 엄마나 남편이나 집에만 있는 내가 못내 걱정스러운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밖에 못 나가는 것이 가끔 불편할 뿐 크게 괴롭지는 않다. 난 원래부터 집에만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다른 엄마들은 예쁜 옷 입고 구두 신고 화장하고 외출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토로하지만, 난 원래부터 그런 쪽엔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
대신에 태교 때문에 남편이 못 사게 했던 '별순검' DVD를 사서 틈틈이 한 편씩 보고 있다. 음, 다시 봐도 꽤 잘 만든 드라마다. 그것 말고도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도 많고, 좀 덜 피곤하면 책도 다시 읽을까 하고, 내년 복학 대비해서 신문도 정기구독할 생각이고 하니, 아이만 협조해 주면 크게 힘들진 않겠다 싶다. 수면 패턴은 아이 때문에 많이 바뀌었지만, 어차피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하니 여건 될 때 조금씩 자 주면 된다.
아이는 잔뜩 먹여서 침대에 눕혀 놨더니 혼자 눈 말똥말똥 뜨고 두리번거리며 뒹굴뒹굴 놀다가 저 혼자 스르륵 잠이 들어서 지금 잔다. 생후 3주된 아기가 저렇게 자기 혼자 힘으로 자기도 하나? 아이가 남편 닮기만을 간절히 바랐더니만, 정말 순한 놈을 낳았나 보다. 아이가 가끔씩 저렇게 나를 놀라게 한다. 앞으로 또 얼마나 나를 많이 놀래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