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journal

순둥이의 실체

성실한번역가 2009. 12. 16. 18:52

육아 관련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우리 애는 그나마 다루기가 수월한 편이겠거니 싶다. 흔히 오는 유두혼동 같은 것도 없이 모유든 분유든 주는 대로 잘 먹고, 잔뜩 먹여 놓으면 일단은 잘 잔다. 예전엔 낮밤이 바뀌어서 조금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다시 돌아오더니 요즘은 오히려 밤에 돌보기가 더 수월하다. 먹으면 자동으로 잠이 들어서 2~3시간 씩은 깨지 않고 푹 자니까. 이제 난 지 29일 된 지금 생후 2개월 아기 평균 체격보다도 더 큰데, 좀 큰 아기이다 보니 신생아 시절은 대략 건너 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녀석을 돌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아직은 어려서 잘 때 꼭 안아서 재워야 하는 것도 그렇고,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추면 침대에 눕히자마자 엥~하고 울며 깨 버리는 것도 그렇다. 낮잠은 그렇게 오래 자는 편이 아니라서 그것도 좀 힘들다. 칭얼거리기도 하고 울기도 잘 울고 그런다. 한 번 깨면 다시 재우기도 썩 쉽지 않다.

 

이런 녀석이 다루기 수월한 편이라면, 도대체 다른 아기들은 어떻단 말인가? 다른 아기를 키울 기회가 없으니 비교 대상이 없는 셈이라, 정말로 이 녀석이 순한 아기인 건지 확신이 안 선다. 어떨 때는 순둥이라는 존재의 실체는 그냥 힘들고 그럴 때 '그래도 이만하면 수월한 편이지, 다른 집 아기는 더 돌보기 힘들다던데'하고 자기최면 걸면서 넘어가고 넘어가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아무튼 틈틈이 자 주는 녀석 덕분에 때 되면 밥도 챙겨 먹고 낮잠도 조금씩 자고 스트레칭도 하며 지내고 있으니, 순둥이라고 불러 주자. 갓난 아기 키우면서 이렇게 지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말이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화로와지는 사진 한 장. 저 녀석은 힘이 좋고 덩치가 커서 일찌감치부터 속싸개에서 팔을 빼 주었는데 (거의 난지 2주 만이었나 싶다), 그랬더니만 항상 깊은 잠을 잘 때면 만세를 부른다. 침대에 눕힐 때 녀석이 팔을 스르륵 치켜 올리면 마음이 다 놓인다. 하아, 한 달 새 크기도 많이 컸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