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journal
엄마의 약속
성실한번역가
2009. 12. 24. 16:02
아침에 아들녀석 젖먹이면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예전에 했던 다큐멘터리 '엄마의 약속'을 보게 되었다. 앞부분은 못 봤지만 대략 내용은 주워 들어 알고 있었는데, 임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아이를 위해 항암치료를 포기한 엄마의 얘기였다. 지금 약간 산후우울증 기미가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나도 아무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심하게 공감이 가서 애 젖 물려 놓고 줄줄 울었다.
그 젊은 엄마는 3개월 선고를 받고서도 아이 백일까지만 살겠다며 삶의 의지를 불사르더니만 3개월을 넘어 아이 첫돌까지 보고 세상을 떴다. 그 엄마는 다른 아무 것도 바랄 것 없이 그저 아이랑 남편이랑 오래도록 같이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걸 보니 내 고민이 엄청나게 하찮게 보이는 거다. 애가 잠 좀 안 자고 칭얼거린다고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아무튼 애한테도 우리 부부한테도 미래가 있다. 그게 평생의 소원인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텐데.
아이를 낳아 봐야 철이 든다고들 하더니만, 인정하긴 싫더라도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즘은 든다.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 다시 새기는 중이니까. 아무튼 애나 남편이나 나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그걸로 되는 거 아닌가. 저 엄청시리 튼튼한 녀석은 지금 안방에서 업어가도 모르게 자고 있다. 그걸로 위안을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