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journal

잠투정

성실한번역가 2010. 1. 20. 21:02

녀석의 잠투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초저녁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그야말로 빽빽 울어댄다. 어제는 어찌나 울어대는지 목이 쉬어서 갈라지는 소리로 울었을 정도다. 울기만 하면 상관없겠는데 안아줄 때 몸을 있는대로 뒤로 젖히는 건 정말이지 힘들다. 그렇게 한 두시간 정도 울어대다가 저 잘 시간 되면 푹 떨어져 잔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다더니, 30일 무렵에 엄청 보채던 시절을 지나 순둥이 시절을 거쳐 이제는 바야흐로 잠투정의 시절이 온 것이다. 그나마 낮잠은 잘 자더니만 이제 낮에도 슬쩍 잠투정을 한다. 그렇다고 녀석이 가볍기나 한가. 이제 2개월 남짓 된 주제에 몸무게는 8킬로그램에 달한다. 생후 5개월 아기 평균 몸무게다. 몸무게는 5개월인데 아직 목도 못 가누니 이건 뭐 안아주는 것도 일이다. 아기 보는 걸 도와주러 오시는 도우미 아주머니도 오늘은 완전 녹초가 되어서 돌아갔다.

 

그래도 한 두 달 아기를 키우다 보니 도닦는 심정이 되어 간다. 아이가 빽빽 울어댈 때도, 이 녀석이 내가 밉거나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고 다만 어딘가 불편하고 힘든데 말을 못해서 이러는 것 뿐이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그러면 아이가 울어도 한결 여유롭게 넘길 수 있다. 어디선가 본 얘기인데, 아기들은 내일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잠이 들어서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잠투정을 한다고 한다. 만일 그게 정말이라면 참으로 안쓰러운 노릇이다. 아닌게 아니라 녀석도 잠이 오면 억지로 잠을 안 자려고 애쓰는 기미가 보인다. 그게 힘들어서 울어대는 것이라면 더더군다나 아이한테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잠투정의 시절도 지나갈 터이다. 그 다음엔 뭐가 올까. 흥미진진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하루하루 박진감 넘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