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diary

드디어~~~!!! 감기에 걸리다

성실한번역가 2010. 7. 8. 20:26

어제 오전에 예방주사 한 방 맞고, 오후에는 어린이집 적응 훈련을 다녀 왔는데, 저녁 때부터 애가 약간 기운이 없어 보인다 싶었다. 오늘 아침부터도 계속 지켜 보는데, 노는 것이나 먹는 게 영 신통치 않고 마른 기침도 조금씩 하는 것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고, 체온을 재 보니 열도 조금씩 오르는 게 보였다. 그러다가 저녁 때, 마침내 먹은 분유를 조금 뱉어내는 것을 보고 문 닫기 직전에 병원에 갔다. 그랬더니만 역시나, 감기 기운이 조금 있다고 한다. 열이 더 오를 수도 있으니 처방해 주는 약을 먹이고 계속 살펴 보란다. 그래서 약국에서 약을 사 가지고 집에 왔다.

 

8개월이 다 되어 가도록 아픈 줄을 모르고 펄펄 뛰어 노는 놈을 보고, 저 놈이 나중에 얼마나 크게 아프려고 저러나 내심 걱정이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다. 그래도 아직은 초기인지 행동이 좀 굼뜨긴 해도 평소처럼 거실을 헤집고 다니면서 잘 놀고, 먹는 것도 달려 들어서 와구와구 먹지 않을 뿐 먹는 양은 거의 줄지 않아서 (대단한 놈....) 다행이다 싶다. 어차피 안 아프고 크는 아이는 없는 법, 아플 거면 그냥 가볍게 아프고 잘 넘겼으면 좋겠다.

 

아기에게 약을 먹여 보는 것이 워낙 처음이라 좀 막막했지만, 다행히 놈에게 약을 먹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단 내가 약병을 손에 들고 맛있게 먹는 척 하면, 놈은 저 멀리에서 보고 뭐 얻어 먹을 거라도 있나 싶어 눈을 반짝이며 뽈뽈거리고 기어 온다. 그러면 원래는 너한테 주면 안 되는 건데 엄마가 큰 선심 쓰는 거다 하면서 약병을 입에 물리고, 놈은 열심히 약병을 쪽쪽 빤다. 맛이 이상한지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는데도 끝까지 꼴깍꼴깍 다 먹는다. 하아... 이렇게 단순한 놈이라니. 둔탱이답게 그저 가볍게 아프고 넘어가기를.

 

(덧붙임) 어제 저녁에 약 먹이고 목욕 시키고 담요를 폭 덮어서 재웠는데, 아침에 보니 열도 내리고 기침도 멎었다. 아침에 분유도 한 병 뚝딱 해치우고 지금은 평상시처럼 놀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걸려 본 감기가 대충 이렇게 넘어가는 건가.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