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journal

Christmas Time is Here

성실한번역가 2010. 11. 29. 14:24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수원에 있으면 별 감흥이 없는데, 학교 다닌다고 서울로 왔다갔다 하다 보면 (게다가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 곳이 명동입구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내가 잘 다니는 커피숍은 이미 보름 전쯤부터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이제 주말에 마트에만 가 봐도 가지각색의 예쁜 장식들을 팔고 있다.

 

라디오를 틀어도 내가 좋아하는 종교음악이 자주 들리는 것이, 아 정말 연말이구나 하는 감회에 젖는다. 작년은 갓난 아들놈이랑 정신없이 보내느라고 하루가 가는지 이틀이 가는지 싶었는데, 올해는 제법 사람다워진 아들놈과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누가 그랬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면 세상의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나한테는 평생에 걸쳐 익숙했던 것이 놈에게는 모두 다 새로운 것이니, 다시 새로운 시선으로 놈에게 설명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 저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거 보이지, 이게 눈이라는 거야, 뭉치면 뽀득뽀득 소리가 나고 단단해지거든, 이걸 친구들한테 던지면서 놀면 아주 재밌단다, 뭐 이런 식으로.

 

남편하고 둘이 살 때는 10년을 살도록 크리스마스 장식 같은 거 한 번 달아본 적 없건만, 올해는 오로지 아들놈 때문에 장식을 달기로 했다 (물론 손에 안 닿는 곳에 높이 붙여야 한다. 안 그랬다간 다 아들놈 입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작년엔 눈이 진저리나도록 와서 괴로웠지만, 이번엔 한 번쯤 그런 폭설이 와 주었으면 하고 은근히 바란다. 이제 막 걸음마를 아장아장 시작한 아들놈과 밖에 나가서 눈구경을 하면 참 즐거울 것이다.

 

아직 기말고사는 3주 남았고 눈 앞에는 마지막 번역 과제가 있는데, 마음이 이미 두둥실 들떠 버려서 심히 괴롭다. 아, 얼릉 해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