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diary

사장님 배

성실한번역가 2011. 2. 9. 10:01

늦은 나이에 아기라고는 처음 키우다 보니 가늠이 잘 안 설 때가 많다. 이를테면 요즘 들어 점점 더 불룩해지는 아들놈의 배가 그렇다. 녀석이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점점 배가 불러 온다 싶었는데, 요즘은 거의 만삭 임산부 수준이다. 그 배를 끌어안고 와구와구 먹는 걸 보면 저러다 언젠가는 터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지경이다. 서서 걸어다닐 때는 녀석도 자기 배를 쓰듬쓰듬하면서 다닌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엽기도 하고, 아기들은 원래 그렇게 배가 볼록한 거라는 얘기는 또 어디선가 주워 들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 게 지난 번 변산 리조트에 갔을 때였다. 수영장 탈의실에서 우연히 아들놈과 개월수가 같은 아기를 만났는데, 그 아기는 키는 아들놈과 비슷하면서도 (물론 놈보다는 작았지만) 몸매는 젓가락처럼 홀쭉했다. 그 아기의 엄마와 할머니는 아이가 젖을 끊고 난 후 밥을 잘 먹어야 하는데 도통 먹지를 않아 걱정이라며, 토실토실한 울 아들놈 배를 연신 신기해 하며 만지작거리는 것이었다. 음... 모든 아기들이 다 그렇게 볼록배를 가진 건 아니었던 것이다.

 

 

 

 

(방수기저귀를 찬 볼록배의 모습... 하아... 이게 이른 아침의 모습이다. 저녁 때가 되면 이보다 더 부풀어 오른다...)

 

결정적으로 충격을 먹은 것은 어제, A형간염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서였다. 여느 때처럼 주사 맞기 전 진찰을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청진기를 짚다가 "근데 얘는 뭔 배가 이리 많이 나왔노" 하시는 거다. 소아과 의사면 아이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겠는가. 그런 분이 놀랄 정도인 건가 싶어 나도 놀라고 말았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선생님이 혹시나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변이 고였을지도 모르겠다며 배를 살펴 보는데, 한참을 주물럭주물럭하시더니만 아무 이상 없다는 결론을..... 그렇다면 저 배는 그냥 먹어서 나온 배라는 거다. 흠냐.....

 

지금도 녀석은 배야 부르거나 말거나 맛있는 거만 보면 눈을 빛내며 달려들어 먹는다. 잠깐 동안은 다이어트를 시켜야 할까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을 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중론이라 그냥 두고 있다 (만 3세까지는 먹고 싶어할 때 먹여야 한다고 한다). 뭐 터지지만 않는다면야 괜찮을 듯. 남편은 가끔 저녁 때 운동 시킨다며 공을 던지고 주워오는 걸 시킨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흡사 한 마리 새끼곰이 이리저리 뒤뚱뒤뚱 뛰어다니는 모양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