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나들이 그 결정판!!
지난 주 목요일 밤에 아들놈을 데리고 응급실에 다녀 왔다. 이번엔 다쳐서 간 것이었다. 그야말로 결정판이라 할 만한 것이, 119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해서 구급차까지 타 본 것이다. 마침 또 남편이 학회 때문에 집에 없었던 터라 일이 그렇게 되었다. 음. 아마 녀석은 이게 얼마나 굉장한 경험이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이 놈이 찧고 까불다 다치는 바람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119 구조대에서, 그 한밤 중에, 세 사람의 구조요원이 파견이 되어 움직였던 것이다. 참 나.
이 놈은 아무튼 이부자리 펴는 것만 보면 고삐 풀린 망아지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마구 들고 날뛰며 이불에 파묻히는 걸 좋아하는데, 그 날도 밤에 잘 준비를 하려고 이불을 펴는 와중에 꺄아아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다가 침대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쳐 다친 것이다. 물론 보송보송하고 폭신한 이불에 파묻히는 기분이 좋다는 건 나도 잘 알지만 (나도 어릴 때 그러고 잘 놀았다), 이 놈은 좀 심한 구석이 있다. 아무튼 꽤 심하게 부딪혀서 많이 다치지 않았을까 염려했는데,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잇몸이 좀 찢어졌을 뿐 뼈나 치아는 상한 곳이 없다. 물론 잇몸이 심하게 찢어져서 몇 바늘 꿰매고 왔지만.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편도 회식 자리에서 술 마시다가 놀라 뛰어 왔고, 치과 의사가 녀석의 잇몸을 꿰매는 동안 남편과 둘이 버둥거리는 놈의 팔 다리를 붙들어 주었다. 이건 어른이 겪어도 꽤나 무시무시했을 법한 일이라, 이런 큰 일을 겪고 이제 녀석도 이부자리를 봐도 마구 날뛰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깨닫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어제도, 오늘도, 녀석은 역시나 이부자리와 커다란 쿠션만 보면 꺄아아 괴성을 지르며 마구 몸을 던져 댄다. 교훈 따위는 상처의 통증과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그저 내가 조심할 밖에. 에효.
그나저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새삼 깨달은 사실인데, 나한테는 위기 대처 능력 같은 게 좀 있는 모양이다. 놈이 다친 순간부터 119에 신고하고 병원에 가서 처치 끝내고 집에 올 때까지의 과정을 꽤나 냉정하게 처리를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맥이 풀리기 시작한다.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수습하는 능력은 회사에서 꽤 혹독하게 수련을 받았었는데, 애 키우는 일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역시 뭐든 배워 두면 어디든 써먹을 곳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한참 부잡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아들놈을 키울 때 이런 능력은 대단히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