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이해
문학 번역 시간에 에드거 앨런 포를 번역하고 있다. 19세기 난해한 영어가 나를 무척이나 골치아프게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에드거 앨런 포니까 견디고 있다. 나야 물론 추리소설 마니아로서 에드거 앨런 포를 경외하고 있다. 그래서 단어 하나, 쉼표 하나 놓치지 않고 번역해 드리고 싶다만.... 내 능력이 거기까지는 안 된다. 하긴 뭐, 수업 시간에도 포기할 건 포기하라고 배우고 있으니까.
그저께 수업시간에 내 번역을 발표하고 워크샵을 할 차례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몇 군데 번역의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부분에서 내가 그 내용을 어떻게 해석했고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 번역을 했는가 하는 내용 위주로 얘기를 했는데, 그런 얘기를 하다가 교수님께서는 주옥같은 말씀을 하셨다. '하나의 텍스트를 열 명의 번역가가 번역한다고 했을 때, 내용을 똑같이 이해하고 사람마다 스타일이나 표현 방식이 달라서 번역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 명의 사람이 이해하는 바가 달라서 결과물이 다르게 나온다'는 것. 허어, 주옥같고 무서운 말씀이다.
결국 중간의 번역자가 어떤 의미로든 개입을 해야 한다는 뜻인데, 내가 읽은 것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번역에 발을 들여 놓은 나로서는 풀어야 할 난제같은 얘기다. 그 말씀이 맞다면, 내가 원문을 제대로 읽고 이해했는가에 대한 확신이 서야 한다. 그렇게 자기 독해에 확신을 가지고 번역을 하려면 공부를 도대체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 걸까.
아무튼 내 번역은 선생님께 꽤 칭찬을 들었다. 하하하. 나이가 무려 서른 아홉이라도 이런 건 그저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