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diary

거대아의 비애

성실한번역가 2010. 4. 21. 21:26

며칠 전 아이 낳은 병원에 정기검진을 갔다. 선생님이 반가워하며 아기 안부를 묻는데, '5개월이면 이제 한 6kg 되나요?' 하신다.

 

6kg라니 무슨 말씀을.... 녀석은 산후조리원에서 나올 때 5kg였던 놈이다.

 

'이제 11kg 좀 넘어요' 했더니, 선생님은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히엑~!' 하고 놀란다.

 

"11kg요??? 그럼 모유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군요."

"네, 그래서 3개월 먹이고 끊었어요."

"안아주기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네, 그래서 많이 못 안아줘요."

 

이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울 아들놈이 정말 불쌍한 놈이구나 싶다. 다른 아기들은 당연하게 먹는 엄마젖도 양껏 못 먹어 보고, 손이 타는 건 둘째치고 신생아 시절부터 누워만 있어서 뒤통수는 납작해지지 않았는가. 아기들이 서로 만나 수다를 떨며 친교를 쌓지 않는 것은 나로서는 참 다행한 일이다. 그랬다면 녀석은 다른 아기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장난감 대여점에서 이븐플로 사의 스마트스텝을 대여했다. 보행기처럼 앉아서 여러가지 장난감을 만지고 제자리뛰기도 하며 노는 장난감이다. 직원이 집에 와서 설치를 해 주었는데, 녀석이 낮잠을 자고 있어서 태워보질 못하고 갔다. 그 직원은 높낮이 조절하는 법을 알려 주면서, 아기의 발뒤꿈치가 닿지 않는 높이로 맞춰야 아기가 점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직원이 가고 녀석이 잠에서 깨어 쏘서에 태워 보니, 발뒤꿈치는 무슨... 최고 높이로 해 놓아도 애 다리가 다 펴지질 않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에궁....)

 

거대아의 운명은 슬프기도 하다.

 

슬픈 운명은 하나 더 있다. 그 직원은 쏘서 다음 단계는 점퍼루라는 장난감이라며, 7개월쯤 되면 점퍼루로 바꿔 주란다. 그런데 집 근처 매장에 점퍼루가 있어서 녀석을 앉혀 보려고 했는데 덩치가 커서 아예 좌석에 들어가지지를 않는다. 아..... 제 월령에 맞는 장난감도 못 갖고 노는 신세라니.... 불쌍한 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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