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에 옷장을 보며 절망하던 때가 엊그제 같더니만, 오늘 아침에는 신발장을 바라보며 한숨이 푹 나왔다. 신발장을 정리하며 살펴 보니 갖고 있는 신발 중에 발에 맞는 신발이 채 두어 켤레도 되지 않는 것이다. 한 두달 전부터 손발이 슬슬 붓기 시작했지만 여름 한 철 내내 슬리퍼나 샌들만 신고 지내다 보니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신을 신발이 없어진 것이다. 지금 신을 수 있는 건 조깅화와 운동화 뿐이다. 발에 꼭 맞게 신는 스니커나 구두류는 어림도 없거니와, 임신 초기에 편하게 신으라고 남편이 큰맘 먹고 사 준 날렵한 모양새의 나이키 워킹 슈즈조차도 맞질 않으니, 아 속상하다.
임신부로서 이 정도면 고생하는 축에도 못 낀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임신 때문에 불편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 이거 참. 사람 하나 키우는 게 장난이 아니로구나. 낳아 놓고 나면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나.
엄마의 이 속상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녀석은 태평하게 꾸준히 꾸물럭거리고 있다. 이 육중한 태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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