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diary

커피빈의 카페인 없는 차들

성실한번역가 2009. 10. 20. 20:50


임신을 해서 가장 억울했던 것이 커피를 마음껏 마시지 못한 것이었다. 그나마 요즘에야 남편이 마실 때 옆에서 한 모금씩 얻어 먹고 있지만, 아주 초기에는 그나마도 삼가했었다. 아이만 낳으면 커피 쯤이야 마음껏 벌컥벌컥 마셔 주리라 다짐을 했건만, 모유 수유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까다롭게 가려 먹어야 한다니 이것 참,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그 동안은 외출해서 차 마실 일이 있으면 커피빈의 '스웨디시 베리즈'와 '아프리칸 선라이즈'를 즐겨 마셨다. 임신 초기 무렵 학교 다닐 때 입덧 때문에 휘청거리면서 카페인 없는 차를 찾아 다니다가 커피빈에서 발견한 차들인데, 맛이 제법 괜찮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칸 선라이즈'의 맛은 무척 독특하다. 물론 커피홀릭인 내 입맛에야 커피 만큼은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꾸 마시다 보면 정드는 맛이다. 숍에서 마시다 보면 아무래도 비싸기도 하고, 외출할 일도 점점 줄고 해서 집에서 마실 요량으로 티백으로 사다 놓고 생각날 때마다 마시고 있다. 어영부영 캔 하나를 다 마셔서 새로 한 캔을 더 살까 아니면 '스웨디시 베리즈'로 바꿔 마실까 조금 망설이다가 오늘 나가서 '스웨디시 베리즈' 캔으로 사 온 참이다. 이건 어찌 보면 평범한 딸기차 맛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꽤나 상큼하다. 여름에 차게 해서 마시면 더 맛있을 것 같다. 


비록 커피의 각성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이 차들 덕분에 차 마시는 행위가 주는 여유로움은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고마운 일이다. 물론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면 다시 마실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 날이 올 때까지는 계속 친하게 지내 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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