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로부터 끈질기게 듣는 말 중 하나가 '지금이 좋을 때'라는 것이다. 예전 호주에서 잠깐 지낼 때 남편도 '지금이 앞으로 다시 안 올 가장 좋을 때'라고 말했고 (이 말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임신했을 때는 '애 낳으면 고생문이 열리는 것이니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리고 대략 백일 무렵인 지금은, 아이가 제법 잘 놀고 잘 자고 말썽도 안 피우는 '가장 좋을 때'이며 곧 뒤집기를 시작하면 정말 정신없어진다고들 한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데 이렇게 항상 좋을 때일 수 있나? 호주에 있을 때는 즐거운 일도 많았던 반면 나름대로 생활의 고충이 많았고 (물론 지금은 좋았던 일만 기억난다...), 임신했을 때도 메스꺼운 속에 무거운 몸으로 뒤뚱거리며 다녀야 했던 힘든 시간을 겪었고, 아이 낳고서도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울고 보챌 때는 꽤나 힘들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뭐, 힘들었던 기억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니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믿고 사는 긍정적 태도는 정신 건강에는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사는 편이 더 좋다. 그제 집에 놀러 왔던 미진씨가, 앞으로 지금 이 순간이 많이 그리워질 거라고, 세상과 살짝 단절된 상태에서 아이가 세상의 전부인 채로 단 둘이 지낼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그런다.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지긴 한다. 아이가 지금 예쁜 짓도 많이 하고 귀엽지만, 그래도 한 두 세돌 지나서 말도 하고 걸어 다니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아질 테니 그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매일같이 얼른 커라 얼른 커라 주문을 읊는 중이다. 이 얘기를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했더니 '그렇긴 하죠, 하지만 말을 더럽게 안 들을걸요'라고 한다. 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아기랑 지내는 것과, 말은 통하지만 말을 들어먹지 않는 아이랑 지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을까. 직접 겪어 볼 때까지는 판단 보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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