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하고 3주가 지나 젖 말리기에 돌입했다. 유축도 안 하고 (아, 밤중 유축을 더 이상 안 해도 된다니...), 커피도 마시고, 가끔 밤에 술도 마시고, 몸이 불편하면 약도 먹는다. 워낙에 젖량이 많지 않았던 터라 통증이 약간 있을 뿐 크게 힘든 점은 없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싶다.
그래도 이것이 생각보다 참 기분이 묘하다. 따지고 보면 작년 이맘 때 임신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저 녀석을 위해 끊임없이 먹을 것을 가렸고, 먹을 것을 앞에 두고서도 이걸 먹어도 되는 건가 안 되는 건가 고민고민했었더랬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녀석이 먹을 모유를 위해 음식 가리기는 여전히 계속되었었고,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참고 약 없이 넘기곤 했다. 이런 생활을 1년 여 넘게 하다가 이제서야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러니까 녀석은 이제 신체적으로는 완전히 모체인 나로부터 독립을 한 것이다. 말하자면 저 녀석은 이제 내가 없어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 생각을 하니 조금 많이 서운하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지 않은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모유수유를 중단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그 날이 닥치자 서운한 마음이 드니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오늘 새벽에 유축한 모유 40ml를 먹였더니만, 녀석이 오늘 설사 비스무리하게 한 데다가 하루종일 기운도 없어서 적잖이 걱정을 했다. 요즘 젖 말리려고 인삼차도 마시고 있는데 혹시 그것 때문이 아닌가 해서다. 그게 직접적인 원인이든 아니든, 이제 더 이상 모유의 퀄리티를 장담할 수 없으니 모유는 못 먹일 것 같다. 어차피 자식을 평생 품에 끼고 젖 먹이는 게 아닌 다음에야 언젠가는 끊어야 할 모유, 이제 그만 서운해 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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