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우미 아주머니가 내 나이 또래라서, 도우미와 고용주라기 보다는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 또는 같은 나이 또래의 여자 입장에서 수다를 많이 떠는 편이다. 이 아주머니가 요즘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고민이 많은지 넋두리를 간혹 하곤 한다. 특히 큰 딸아이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요즘들어 부쩍 말도 잘 안 듣고 공부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대로 할 수 있는 한 해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아이들 책도 읽어주고,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영어 공부까지 독학으로 하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존경심이 들 정도다. 이 아주머니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누구라더라, 어느 아이의 부모가 교육을 잘 시켜서 책도 내고 강연도 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이 부모는 아이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옆에서 책을 읽어 줬다고 한다. 아빠가 밤 12시까지 읽어주고, 바통을 이어 받아 엄마가 새벽 6시까지 읽어 주는 식이란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를 잘 한다나 어쩐다나...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나온다는데, 귀찮아서 안 하고 그냥 받아 적었다.)
흠... 그 얘기를 하며 아주머니는 자기는 그렇게까지는 해 줄 수 없다며 자책 비스무리하게 하는 거 같은데, 내가 듣기에는 굉장히 이상한 얘기였다. 아이가 글자를 모르면 모를까, 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 그토록 열심히 책을 읽어준단 말인가??? 그것도 밤을 새워가면서??? 아이는 일단 밤엔 잘 자야 잘 크는 법이지 않은가. 게다가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어른이 옆에서 그러고 밤을 새며 책을 읽어 주면 낮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겠는가? 부모가 자기 생활을 다 포기할 만큼 옆에서 책 읽어주는 게 그렇게 가치있는 일인가? 나라면 차라리 혼자서 활자를 읽고 행간의 숨은 의미를 찾으며 상상력을 키우는 즐거움을 가르치겠다. 사실 그게 진정한 독서의 재미인데 말이다.
요즘 부모들이 자식의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간섭하며 교육을 시킨다더니만, 스스로 책 읽는 즐거움까지 가로채는 건 아닐까 싶어 그 얘기 들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이런 와중에 흔들리지 않고 내 소신대로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어지간해서는 주위 사람들 얘기에 잘 휘말리지 않는 나이지만,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소신을 지키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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